바이낸스 63억 달러 해킹: 개발자 PC에서 지갑 서명 시스템까지
가짜 면접과 내부 AI 도구, 배포 권한 탈취를 거쳐 지갑 서명 서비스에 도달한 공격 경로와 EIP-7702 대응의 교훈을 살펴본다.

2026년 10월 말 바이낸스의 여러 핫월렛에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자산이 빠져나갔다. 바이낸스의 초기 조사에 따르면 공격자는 개발자 기기에서 출발해 내부 AI 도구와 배포 권한을 거쳐 지갑 서명 서비스에 접근했다. 사고는 아직 조사 중이며, 아래 내용은 11월 3일 공개된 초기 조사와 온체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미국 FBI는 10월 31일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인 TraderTraitor가 60억 달러 이상의 자산 탈취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FBI 발표
피해 규모와 숫자의 의미
바이낸스의 초기 조사 요약에 따르면 영향을 받은 디지털 자산은 약 63억 4,000만 달러다. 바이낸스는 이용자에게 손실을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약 28억 5,000만 달러 상당이 동결되거나 차단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피해 평가액의 약 45%지만 동결·차단은 회수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해당 금액은 정산과 시세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별도로 10월 31일 기준 피해 토큰의 98%를 보충했다고 밝혔는데, 이 수치도 탈취 자산의 98%를 되찾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온체인 분석업체 TRM Labs는 약 63억 6,000만 달러로 추정했다. 산정 시점과 평가 방식이 다른 만큼 회사의 수치와 구분해서 봐야 한다.
개발자 PC에서 지갑 서명 서비스까지
바이낸스의 설명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공격은 한 번의 침투가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쳤다.
6월: 변조된 설치 파일. 한 엔지니어가 AI 코딩 도구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변조된 Homebrew 설치 파일을 내려받았다. 회사는 침해를 감지해 기기를 교체하고 인증정보를 바꿨지만, 지갑 담당 팀이 공격자에게 노출됐다.
9월: 가짜 채용 면접. 공격자는 다른 엔지니어에게 접근해 화상 면접을 진행하고 코딩 과제 저장소를 받도록 유도했다. 바이낸스는 이 저장소에 엔드포인트 보안 도구가 탐지하지 못한 악성코드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10월 20일: 내부 접근 확대. 공격자는 감염된 기기와 내부 AI 도구를 이용해 다른 직원들에게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 배포에 쓰이는 토큰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공개된 요약만으로 AI 도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명령을 실행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10월 29일: 배포와 자산 탈취. 공격자는 탈취한 인증정보로 컨테이너를 배포해 내부 지갑 서명 서비스에 대한 비인가 접근을 수행했고, 정상 출금 절차 밖에서 여러 네트워크로 자산을 전송했다. 바이낸스의 상세 요약
이 흐름에서 중요한 경계는 개발자 기기와 내부 운영 권한, 배포 시스템과 서명 서비스 사이에 있었다. 하나의 정상 계정이나 도구를 확보한 뒤 다음 단계의 권한으로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산은 언제 이동했나
다음 시간은 한국시간(KST)으로, 모두 10월 30일이다.
- 오전 5시 5분~9분: 핫월렛 다섯 곳에서 약 2억 3,346만 XRP가 공격자 주소로 이동했다.
- 이후: 약 97만 500 SOL, 4,420만 OP, 1만 8,270 BTC 등이 전송됐다.
- 오전 5시대: 이더리움 지갑에 대한 악성 EIP-7702 위임이 설정됐다.
- 오전 8시 56분: 마지막 비인가 ETH 전송이 확정됐다.
- 오전 9시 10분: 바이낸스가 해당 핫월렛의 위임 코드를 해제했다.
출처: 바이낸스 초기 조사 요약. 다른 체인에서도 송금이 이뤄졌으며 위 목록은 전체 거래 내역이 아니다.
EIP-7702 위임이 출금 중단 뒤에도 남은 이유
EIP-7702는 일반 이더리움 계정이 서명된 승인으로 특정 스마트 컨트랙트의 코드를 계정 문맥에서 실행하도록 위임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거래 묶음 처리 같은 유용한 기능에 쓰이지만, 신뢰할 수 없는 코드에 위임하면 계정 자산이 위험해질 수 있다.
TRM Labs에 따르면 공격자는 바이낸스 핫월렛이 서명한 승인 50개를 미리 준비했다. 각 승인은 서로 다른 연속 nonce를 대상으로 했다. nonce는 계정 거래와 승인에 쓰이는 순서 값이다. 출금이 계속 발생해 nonce가 변해도 그중 하나가 유효해질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위임이 적용된 뒤 공격자는 자신이 제어하는 코드로 지갑의 자산을 이동시켰다. 거래소의 출금 서비스를 중단해도 이미 체인에 설정된 위임은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TRM은 이후 지갑에 들어온 자산도 여러 차례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바이낸스는 해당 지갑이 MPC(다자간 연산)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즉시 단일 개인키로 대응할 수 없었고, 위임을 해제할 별도의 절차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MPC의 암호기술이 해독됐다거나 EIP-7702 자체가 깨졌다는 증거가 아니다. 공개된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공격자가 서명 인프라를 악용해 유효한 승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응과 남은 과제
바이낸스는 영향을 받은 지갑 시스템과 내부 AI 도구를 재구축하고, 관련 기기를 교체하거나 검사했으며 인증정보와 토큰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지갑 서비스의 위험 통제와 이상행동 탐지도 강화하고 독립적인 보안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사는 계속되고 있으므로 세부 경위나 최종 손실액은 바뀔 수 있다.
개발팀과 지갑 운영자가 이 사건에서 점검할 항목은 분명하다.
- 외부 코드 실행 격리: 면접 과제나 낯선 설치 스크립트를 업무용 기기와 운영 인증정보에서 분리한다.
- 개발 환경과 운영 권한 분리: 개발자 PC 침해가 배포와 서명 권한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도록 접근 범위를 제한한다.
- AI 도구 권한 최소화: 에이전트가 읽고 실행할 수 있는 도구와 인증정보를 제한하고, 고위험 작업의 감사 기록과 승인을 마련한다.
- 배포 통제: 중요 서비스에는 짧은 수명의 인증정보와 별도 승인, 배포 내용 검증을 적용한다.
- 서명 정책: 체인별 거래 목적, 대상 주소, 금액과 위임 대상을 독립적으로 검증한다.
- 비상 대응: 온체인 위임을 확인하고 철회하는 절차를 마련해 MPC 운영 환경에서도 실제로 수행 가능한지 훈련한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송금을 준비하는 권한과 지갑이 실제로 서명하는 권한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인 정책 엔진과 필요한 경우 사용자 승인을 거치게 하면, 한 도구가 침해됐을 때 그 권한이 자산 이동까지 바로 이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사고 조사 결과에서 도출한 설계 제안이지 특정 조치가 모든 공격을 막는다는 보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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